파리 포위전 식당 메뉴
안녕하세요! 코리입니다. 오늘 코리워에서는 여러분을 1870년 12월 25일, 차가운 눈이 내리던 프랑스 파리의 한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초대하려고 해요.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은식기가 반짝이는 아름다운 테이블에 앉아 웨이터가 건네주는 크리스마스 특선 메뉴판을 펼쳐봅니다. 그런데 메뉴판에 적힌 요리들이 우리가 아는 소고기 안심이나 칠면조 구이가 아닙니다. 전식으로는 정어리를 곁들인 당나귀 머리 박제 요리, 메인 요리로는 쥐를 곁들인 고양이 구이, 그리고 코끼리 콩소메 수프와 캥거루 스튜가 적혀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드실까요?
마치 기괴한 소설 속 한 장면 같지만, 놀랍게도 이것은 보불전쟁 당시 파리 포위전이라는 역사적 비극이 만들어낸 100% 실제 상황이었습니다. 미식의 심장부였던 파리 시민들은 왜 동물원의 코끼리부터 시궁창의 쥐까지 먹어야만 했을까요? 오늘은 전쟁이 인간의 식탁과 사회의 계급을 어떻게 뒤틀어 놓았는지, 그 충격적이고도 생생한 실사례와 구체적인 가격표까지 완전판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1. 고립된 미식의 도시, 1870년 파리 포위전의 발발
이야기의 시작은 18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는 프로이센(현재의 독일 지역)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의 외교적 도발에 넘어가 무모하게 보불전쟁을 선포하게 됩니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프랑스군은 연전연패를 거듭했고, 결국 스당 전투에서 황제 나폴레옹 3세마저 포로로 잡히는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맙니다.
이후 프로이센 군대는 거침없이 진격하여 1870년 9월, 약 200만 명의 시민이 살고 있던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완전히 포위해 버립니다. 외부로 통하는 모든 철도와 도로가 끊겼고, 전보와 우편마저 통제되었습니다.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열기구와 전서구(비둘기)뿐이었습니다. 비스마르크의 전략은 명확했습니다. 총알 대신 굶주림으로 파리를 항복시키겠다는 것이었죠.
초기에는 파리 당국도 나름의 대비를 했습니다.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 창고에 곡물과 염장 고기를 비축했고, 불로뉴 숲과 뤽상부르 공원에는 약 25만 마리의 양과 4만 마리의 소를 몰아넣어 거대한 임시 목장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200만 명의 입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비축된 식량은 바닥을 드러냈고, 파리는 역사상 유례없는 잔혹한 식량난에 직면하게 됩니다.
2. 소고기에서 말고기로, 그리고 반려동물까지의 추락
포위 기간이 길어지면서 파리의 식육점 매대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소고기와 양고기, 돼지고기였습니다. 일반적인 가축이 사라지자 시민들의 시선은 도시를 굴러다니던 마차를 끄는 말에게로 향했습니다.
말고기는 19세기에도 일부 섭취되긴 했지만, 주류 식재료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포위 기간인 1870년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무려 6만 5천여 마리의 말이 도축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2세가 나폴레옹 3세에게 선물했던 최고급 종마 두 마리도 예외 없이 포함되었습니다. 말의 피는 푸딩을 만드는 데 쓰였고, 고기는 삶거나 스튜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말이 바닥나자 당나귀와 노새가 도마 위에 올랐고, 그마저도 귀해지자 파리 시민들은 결국 자신들의 반려동물에게 눈을 돌려야 했습니다. 개와 고양이가 식육점에서 정식으로 팔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국은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 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파는 것을 막기 위해, 도축된 동물의 출처를 정확히 표기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기까지 했습니다. 개 고기는 양고기의 훌륭한 대체제로 포장되었고, 고양이는 지붕 위의 토끼라는 슬픈 은어로 불리며 식탁에 올랐습니다.
3. 쥐 고기의 역설: 시궁창에서 부자들의 식탁으로
가장 놀랍고도 아이러니한 변화는 바로 쥐 고기의 위상 변화였습니다. 개와 고양이마저 사라져 갈 즈음, 파리 시내에 가장 풍부하게 남아있던 단백질 공급원은 바로 하수구를 기어 다니는 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쥐 고기가 식량난 속에서 오히려 독특한 진미로 취급받으며 기형적인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고양이나 개 고기가 500그램(약 1파운드)당 20에서 40상팀 정도에 거래된 반면, 살이 통통하게 오른 쥐 한 마리의 가격은 무려 50상팀을 호가했습니다. 산 채로 잡은 쥐는 1프랑이라는 놀라운 가격표를 달기도 했습니다.
당시 파리의 식료품 물가를 살펴보면 전쟁이 낳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기형적인 시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식재료 및 품목 | 파리 포위전 당시 거래 가격표 (추정치) | 비고 |
| 개 고기와 고양이 고기 | 1파운드당 약 20 ~ 40 상팀 | 양고기나 토끼고기로 둔갑하여 판매됨 |
| 죽은 쥐 (통통한 것) | 1마리당 약 50 상팀 | 개, 고양이보다 오히려 비싼 진미로 취급 |
| 살아있는 쥐 | 1마리당 약 1 프랑 | 신선도를 이유로 더 높은 가격에 거래 |
| 까마귀 | 1마리당 약 5 프랑 | 비둘기 대신 하늘에서 구할 수 있는 조류 |
부유층이 다니던 고급 사교 클럽인 조키 클럽(Jockey Club)에서는 쥐 고기를 푹 고아 로베르 소스를 곁들인 ‘쥐 살미 스튜(Salmis de rats à la Robert)’를 고급 요리로 선보였습니다. 가난한 서민들은 길거리에 줄을 서서 뼈다귀 부스러기나 개 간을 구하려 전전긍긍할 때, 돈 많은 귀족들은 값비싼 쥐 파테(Pâté)를 와인과 함께 즐기며 전쟁의 허기를 달래는 씁쓸한 계급의 대비가 파리 시내에서 펼쳐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굶주림이라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든 격식을 차리려 했던 당시 귀족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인간의 지독한 생존 본능 같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의 참혹함을 가리기 위한 슬픈 허세처럼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평범한 시민들은 쥐조차 구하기 어려워 굶주리던 그 차가운 겨울에,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서 코끼리 고기를 썰고 있었을 그 이질적인 풍경이 도무지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 한줄팁: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신다면 당시 전설적인 크리스마스 메뉴를 선보였던 카페 부아쟁(Café Voisin)이 자리했던 생토노레 거리를 거닐며 19세기의 아픈 역사를 상상해 보는 것도 색다른 역사 탐방이 될 수 있답니다.
4. 카스토르와 폴룩스, 코끼리들의 슬픈 최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던 1870년 12월, 파리의 식민지 식물원(Jardin des Plantes) 내에 있던 동물원도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동물을 먹일 사료와 채소마저 완전히 동나버린 것입니다. 결국 동물원 측은 끔찍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사자, 호랑이, 원숭이, 하마 등을 제외한(이들은 고기 맛이 없거나 고양이과 특유의 냄새 때문에 식용으로 부적합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초식 동물과 일부 희귀 동물들을 파리의 정육업자들에게 팔아넘기기로 한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파리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명물 코끼리 형제, 카스토르(Castor)와 폴룩스(Pollux)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오스만 거리의 영국 정육점(Boucherie Anglaise)을 운영하던 정육업자 드부스(M. Deboos)는 이 두 코끼리를 무려 2만 7천 프랑이라는 거액을 주고 사들였습니다.
정육업자 드부스에게 이 거래는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었습니다. 코끼리 고기는 파운드당 10에서 14프랑에 팔려나갔고, 특히 최고급 진미로 여겨지던 코끼리 코 부위는 파운드당 40에서 45프랑이라는 상상 초월의 가격표가 붙어 부유층의 주방으로 직행했습니다. 낙타, 캥거루, 영양, 늑대 등도 차례대로 도축되어 파리 시내의 고급 레스토랑 주방으로 향하게 됩니다.
5. 카페 부아쟁의 충격적인 1870년 크리스마스 특선 메뉴
코끼리 고기를 사들인 대표적인 인물은 파리의 전설적인 마스터 셰프, 알렉상드르 에티엔 쇼롱(Alexandre Étienne Choron)이었습니다. 그는 생토노레 거리의 최고급 레스토랑 카페 부아쟁(Café Voisin)을 이끌고 있었죠.
포위 99일 차를 맞이한 187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식량이 씨가 마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쇼롱은 파리의 엘리트 고객들을 위해 프랑스 요리의 자존심과 기괴함이 뒤섞인 역사적인 6코스 크리스마스 메뉴판을 인쇄해 냈습니다.
| 코스 구분 | 프랑스어 원문 메뉴 | 한국어 번역 요리명 |
| 전식 (Hors d’Œuvre) | Tête d’Âne Farcie | 정어리를 곁들인 당나귀 머리 박제 요리 |
| 수프 (Potages) | Consommé d’Éléphant | 코끼리 고기를 우려낸 콩소메 수프 |
| 메인 1 (Entrées) | Le Chameau rôti à l’Anglaise | 영국식으로 구워낸 낙타 고기 |
| 메인 2 (Entrées) | Le Civet de Kangourou | 진한 소스로 조리한 캥거루 스튜 |
| 고기 구이 (Rôts) | Côtes d’Ours roties sauce Poivrade | 후추 소스를 곁들인 구운 곰 갈비 |
| 고기 구이 (Rôts) | Cuissot de Loup, sauce Chevreuil | 사슴 고기 소스를 곁들인 늑대 넓적다리 |
| 특별 메뉴 | Le Chat flanqué de Rats | 쥐 고기를 곁들인 고양이 구이 |
| 냉채 요리 | La Terrine d’Antilope aux Truffes | 송로버섯(트러플)을 넣은 영양 테린 |
이 메뉴판은 마치 전쟁의 광기에 대한 파리지앵 특유의 블랙 코미디 같았습니다. 그들은 이 기괴한 동물원 고기 요리를 먹으면서 무통 로쉴드나 샤토 라피트 같은 최고급 보르도 와인을 곁들였습니다. 셰프 쇼롱은 늑대 고기를 요리할 때 사냥감인 사슴의 뼈를 우려낸 소스를 곁들이는 천재적이고도 기만적인 유머 감각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메뉴판을 보고 프랑스 미식의 승리라고 극찬했지만, 오늘날의 역사가들은 이 메뉴판이야말로 상류층이 현실의 참혹함을 잊기 위해 벌인 가장 우스꽝스럽고 그로테스크한 미식의 퍼포먼스였다고 평가합니다.
전쟁과 극심한 경제 위기를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전쟁 물가 폭등, 라면 한 봉지 값은 얼마가 될까? 생존 물가와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단순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역사는 이미 그 답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전쟁과 인플레이션이 겹쳤던 시기에는
기본 식료품 가격이 수십 배, 심지어 수백 배까지 치솟았어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단순한 역사 이야기를 넘어서,
전쟁 물가 폭등, 라면 한 봉지 값은 얼마가 될까?
생존 물가와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완벽 가이드
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우리가 실제로 마주할 수도 있는 경제 현실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6. 코리의 생각: 전쟁이 남긴 상처와 미식의 아이러니
파리 포위전의 식당 메뉴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신기한 가십거리가 아닙니다. 전쟁이 발발하면 가장 먼저 붕괴되는 것이 인간의 일상적인 생존 기반이며, 그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빈부의 격차는 식탁 위에서 잔인하리만치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물론 이 끔찍했던 겨울의 경험이 프랑스 식문화에 남긴 유산도 있습니다. 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말고기의 영양가와 맛을 재발견하게 되면서, 전쟁 이후에도 프랑스 전역에 말고기를 취급하는 전문 정육점이 늘어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거든요.
하지만 쥐 고기 찌개와 코끼리 콩소메를 끓여 내며 끝까지 문화적 우월감을 잃지 않으려 했던 카페 부아쟁의 메뉴판은, 인간이 가진 경이로운 적응력과 동시에 서글픈 허영심을 동시에 보여주는 거울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따뜻한 밥 한 끼의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역사 속 파리의 씁쓸한 크리스마스 메뉴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파리 포위전 식당 메뉴 참고자료
- Wikipedia – Siege of Paris (1870–1871)
- Wikipedia – Castor and Pollux (elephants)
- The Spectator – The Christmas when Parisians ate the zoo
- Atlas Obscura – During an 1870 Siege, Trapped Parisians Dined on Rat, Cat, and Elephant
- Mental Floss – ‘I’ll Have the Kangaroo Stew’: When Paris Was Forced to Eat Its Zoos
- Encyclopedia Britannica | Britannica
파리 포위전 식당 메뉴 Q&A
Q1. 파리 포위전 당시 쥐 고기는 정말로 비싸게 팔렸나요?
A1. 네, 맞습니다. 식량난이 극에 달하면서 쥐 고기는 오히려 진미로 여겨져 비싼 가격표를 달았습니다. 일반적인 고양이 고기가 파운드당 20상팀 정도일 때, 통통한 쥐 한 마리에 50상팀, 산 쥐는 1프랑에 거래되었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쥐 살미 스튜 같은 고급 요리로 변신해 부유층들에게 팔렸습니다.
Q2. 당시 파리의 모든 동물원 동물이 식용으로 쓰였나요?
A2. 대부분의 초식 동물과 일부 육식 동물이 도축되어 식용으로 팔렸습니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라는 이름의 명물 코끼리를 비롯해 영양, 낙타, 캥거루, 곰, 늑대 등이 정육점으로 넘겨졌습니다. 다만 사자, 호랑이, 하마, 원숭이 등은 고기 맛이 없거나 악취가 난다는 이유로 식용에서 제외되기도 했습니다.
Q3. 보불전쟁 이후 프랑스 식문화에 남은 영향이 있나요?
A3. 파리 포위전 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이 말고기를 섭취했던 경험은 훗날 프랑스 사회에서 말고기 식육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굶주림 속에서 발견한 대체 단백질 공급원이 하나의 식문화로 남게 된 흥미로운 역사적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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